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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칼럼에서, 필자는 정부의 국제온실가스감축사업 추진에 있어서 문제점들에 대해서 일곱 가지 진단을 던졌고, 그 일곱 번째가 심사위원 제도였다. 그때는 구조적 우려를 짚는 선에서 멈췄지만, 그 우려는 현실에서 생각보다 더 빨리 구체화되었다. 최근 해외에서 필자가 추진하는 국제온실가스감축사업을 진행하며 정부 기관의 심사를 받던 중, 한 가지 질문이 돌아왔다. 단 한 마디였지만, 거기서 모든 것이 드러났다.
파리협정 6.2조(Article 6.2 of the Paris Agreement) 기반의 국제감축사업은, ITMO (Internationally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 감축실적의 국제 이전)의 형태로 두 국가 사이를 오간다. 여기에는 호스트 국가(감축 활동이 일어나는 쪽)와 이전 국가(감축 실적을 가져가는 쪽) 사이의 합의가 전제되어 있고, 그 합의를 위해 양자협약이 체결되며 부처 간 협의가 따라붙고, 외교부가 전체 틀을 잡고 각국의 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전담 기관이 세부 사항을 처리한다.
이 구조에서 사업자가 정할 수 없는 숫자가 있다. 감축량 중 일부를 호스트 국가가 비축하는 버퍼링(buffering), 그리고 글로벌 감축 노력에 일정 몫을 기여하도록 하는 OMGE(Overall Mitigation in Global Emissions, 전체 글로벌 배출 감축)가 그것이다. 이 두 숫자는 사업자 결정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조율 결과다. 가나의 사례를 보면 명확하다. 가나에서 스위스 합의에서는 1% 버퍼링, 2% OMGE 반면 가나에서 싱가포르는 추가로 5% 사회환원이 정해져 있고, 사업자는 그 합의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어느 호스트 국가와도 이 두 가지,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부분에 대해 조율한 적이 없다.
한국의 정책 구조는 표면상 정돈되어 있다. 대통령 소속의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가 컨트롤타워로 출범했고,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이행과 녹색성장을 위한 주요 정책과 계획을 심의·의결하는 자리로 기능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흘러가는 지면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은 국제감축사업이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이 네 부처를 지나가며 각각 다른 기준과 행정으로 다뤄진다. 컨트롤타워가 컨트롤하지 못하는 구조,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부처 간 차이는 방법론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UN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청정개발체제) 방법론을 받아주고, 산업통상부는 파리협정 6.4조 방법론, ICVCM(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과 CORSIA(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 같은 글로벌 표준을 충족하는 방법론을 받아준다. 같은 사업이 부처에 따라 다른 검토를 거쳐야 하고, 발굴에서 기획·개발·운영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발목이 잡힌다.
그리고 이 모든 무게는 결국 심사위원의 어깨로 내려앉는다. 분산된 부처의 사안을 한 사람이 다 살펴야 하는 구조에서, 한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기조차 쉽지 않고, 모든 부처의 사안을 한꺼번에 꿰뚫어 본다는 것은 어림없는 일이다. 결국 현장에서 심사위원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는 곧 사업의 질로 돌아온다. 베트남 사업에서 있었던 일을 보면 분명하다. 호스트 국가에서 감축한 탄소의 버퍼링과 OMGE에 대해 심사위원이 물었다. 왜 버퍼링이 그만큼 적은지, OMGE를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사업자 입장에서 이 질문이 낯선 이유는 분명하다. 그 두 숫자는 사업자가 정하는 값이 아니라 국가 간 조율로 정해지는 값이며, 사업자는 그 합의에 따라 움직일 뿐이라는 것, 이 기본부터 출발이 달랐다.
가나에서의 사례를 끌어와 설명했고, 1% 버퍼링, 2% OMGE, 5% 사회환원, 사업자는 그 합의에 따를 뿐이라는 점까지 짚었다. 임시로 그 사례를 끌어와 일을 마쳤지만, 사례가 없을 때마다 사업자가 길을 만드는 구조는 안정적이지 않다.
시간도 넉넉지 않다. 올해 사업 추진 여부가 결정되어야 2027년에나 준비에 들어갈 수 있고, 호스트 국가의 행정적 미비함과 전산 정착까지 더해지면 시간은 한층 더 길어진다. 내년 상반기에 준비를 마쳐도 실제 사업 시작은 빠야 내년 하반기이며, 모니터링 1년 단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초 결과는 2028년 상반기에나 나온다.
2028년 상반기를 넘기면 남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효율 좋고 의미 큰 사업은 이미 선점되었거나 다른 나라의 손에 넘어간 뒤이며, 규정은 한 해 한 해 강화되고 비용은 계속 오르며, 현장의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심사위원조차 제도의 기본을 모르는 나라에서, 앞으로 발굴될 사업의 질을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 점이 가장 염려된다.
김항석 대표 소개: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탄소감축 전문기업 서튼지티에스(CERTAIN GTS)와 케이씨시티에스(KCCTS)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맹그로브 수목 사업, 인도 웨스트벵갈의 바이오차 사업, 아프리카 가나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추진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 보호와 적응·완화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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