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석의 ‘결국 우리가’ 코스피와 해수면 온도

김항석 KCCTS 대표 | 기사입력 2026/06/20 [12:29]

김항석의 ‘결국 우리가’ 코스피와 해수면 온도

김항석 KCCTS 대표 | 입력 : 2026/06/20 [12:29]

처음 보면 코스피와 해수면 온도는 전혀 상관없는 두 그래프처럼 보인다. 하나는 경제 뉴스에 나오고, 다른 하나는 기후 뉴스에 나온다. 하나는 사람들이 반기는 숫자이고, 다른 하나는 걱정하게 만드는 숫자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둘은 생각보다 닮아 있다. 둘 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올라왔고, 무엇보다 그 상승이 서로 완전히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 KCCTS 김항석 대표     ©

요즘 한국 증시를 이끄는 기업들을 보면 이 흐름이 더 분명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 시대 핵심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다시 섰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제는 단순한 자동차 회사를 넘어 전기차, 로봇, 미래 이동 산업 기업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도 그 연장선이다. 제조와 물류, 서비스 전반에서 로봇 산업은 새로운 성장축이 되고 있다. 결국 시장이 기대하는 미래도 비슷하다. 더 많은 반도체 생산, 더 큰 인공지능 산업, 더 빠른 데이터 처리, 더 강한 자동화 시스템. 표현은 달라도 공통점은 하나다. 전력을 엄청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인프라 경쟁에 뛰어들었고, 중국 역시 반도체와 전력 인프라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경쟁은 단순히 누가 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더 많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이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다. 거대한 언어모델을 학습시키려면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 서버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냉각 전력을 사용한다. 반도체 공장은 초순수와 전력을 대량 소비한다. 전기차와 로봇 산업도 결국 전력 위에서 돌아간다. 미래 산업이라 불리는 대부분의 영역은 이전 세대 산업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

 

문제는 인간 문명이 늘 이런 방향으로 움직여왔다는 점이다. 기술은 효율을 높였지만 총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진 못했다. 오히려 효율이 높아질수록 더 큰 규모의 소비가 가능해졌고, 비용이 낮아질수록 사용량은 늘어났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왔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결국 열이 된다. 

 

바다는 그 사실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다. 2024년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해였다. 당시에는 강한 엘니뇨가 주요 원인으로 설명됐지만, 최근 흐름은 단순한 자연 변동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가 함께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불편한 건 앞으로다. 강한 엘니뇨가 다시 나타난다면 해수면 온도는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문제는 단순히 “올해가 더 덥다”는 수준이 아니다. 인간 문명 자체가 계속 더 많은 열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국가 경쟁력은 산업에서 나오고, 산업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위에서 돌아간다. 미국과 중국, 유럽이 인공지능·반도체·로봇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원자력이 다시 주목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은 날씨에 따라 멈출 수 없다. 미래 산업으로 갈수록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모순이 생긴다. 우리는 동시에 끝없는 성장과 안정된 기후를 원한다. 더 빠른 인공지능과 더 차가운 지구를 동시에 원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그 둘을 함께 만족시키기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제 질문은 단순히 어떤 기술을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방향의 문명을 유지할 것인가에 가깝다. 지금까지 우리는 속도에 집중해왔다.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가, 얼마나 빨리 투자하는가. 하지만 앞으로는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이야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점이다. 덜 소비하고 덜 사용하는 방향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환영받기 어렵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우상향을 원하기 때문이다. 더 높은 성장률, 더 높은 주가, 더 큰 시장. 지금의 시스템은 사실상 그 욕망 위에 세워져 있다. 그래서 코스피와 해수면 온도는 묘하게 닮아있다. 우리는 하나의 우상향에는 환호하고, 다른 하나의 우상향에는 불안해한다. 그런데 어쩌면 그 둘은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그래프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김항석 대표 소개: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탄소감축 전문기업 서튼지티에스(CERTAIN GTS)와 케이씨시티에스(KCCTS)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맹그로브 수목 사업, 인도 웨스트벵갈의 바이오차 사업, 아프리카 가나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추진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 보호와 적응·완화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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