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이란,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국가재정법」 제3조). 즉, 그 연도에 지출해야 할 경비는 그 연도 내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조달되어야 하고, 그 연도에 지출되어야 할 경비가 다른 연도에 지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국가 예산은 민간부문의 예산과 달리 집행할 경비를 먼저 산출하고 이에 따라 수입을 결정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미리 계획한다는 의미의 예산입니다. 때문에 수입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지출을 결정하는 등 방만한 예산 운용을 차단하려는 목적과 예산 운용의 성과나 실적을 보다 용이하게 파악하기 위한 목적에서 요구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복잡 방대한 예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 원칙을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예산 운용의 신축성이나 탄력성을 심하게 제약할 수 있으므로, 「국가재정법」에서는 명시이월비(제24조), 세출예산의 이월(제48조), 세계잉여금의 다음 연도 이입(제90조) 등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예산배정계획
예산은 편성-심의-집행-결산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9월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이 편성의 끝이라면, 12월 국회에서 의결하는 예산은 심의과정의 끝입니다.
이 과정이 끝나면 바로 집행 과정에 들어갑니다. 주로 1월 말까지 중앙관서의 장에게 예산집행 지침을 통보합니다. 예산집행을 위한 사전 절차로 예산배정계획을 작성합니다. 언제, 어떤 사업의 지출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아무때나 주먹구구식으로 돈을 지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도 들어올 돈과 나갈 돈을 계산하여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예산배정은 ① 각 중앙관서의 장이 예산배정요구서를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하고, ② 기획재정부장관이 예산배정요구서에 따라 분기별 예산배정계획을 작성하여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친 후, ③ 분기별 예산배정계획에 따라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예산을 배정하는 절차로 이루어집니다.
「국가재정법」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예산배정 절차 외에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관리 등을 위하여 회계연도 개시 전의 예산배정, 수시배정, 예산배정의 유보 등 다양한 배정방식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계연도 개시 전에 예산을 배정할 수 있는 경비는 「국가재정법 시행령」 제16조에 의해 ① 외국에서 지급하는 경비, ② 선박의 운영・수리 등에 소요되는 경비, ③ 교통이나 통신이 불편한 지역에서 지급하는 경비, ④ 각 관서에서 필요한 부식물의 매입 경비, ⑤ 범죄수사 등 특수활동에 소요되는 경비, ⑥ 여비, ⑦ 경제정책상 조기집행을 필요로 하는 공공사업비, ⑧ 재해복구 사업에 소요되는 경비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수시배정은 사업 시행의 점검이 필요한 사업 등에 대하여 분기별 예산배정계획에 관계없이 해당 사업의 추진 상황 및 문제점 등을 분석・검토한 후 예산을 배정하는 제도입니다. 「국가재정법」은 기획재정부장관이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분기별 예산배정 계획에도 불구하고 개별사업계획을 검토하여 그 결과에 따라 예산을 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재정조기집행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회계연도 개시전 예산배정으로 11.6조 원을 배정했다고 합니다. 과거 1분기 추경규모가 10조 원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는 않은 규모입니다. 수시 배정에 해당되는 요건은 ⑦ 경제정책상 조기집행을 필요로 하는 공공사업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식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100번 양보해서 필요성은 공감할 수 있지만 이는 추경도 같이 전제되어야합니다. 내년 하반기에 쓸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추경 논란에 대해 기재부로서는 본예산을 집행하기 전에 추경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자기부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도한 재정건전성 주장으로 인한 기형적 예산편성, 이미 크게 차이가 나는 세수추계, 야당의 감액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추경을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칩니다.
정치적인 줄다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번에 통크게 국회와 협의해서 재정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두려운 것이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관료주의의 폐쇄성 때문일까요?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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