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정치 혼란과 재정 위기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2/21 [16:25]

[정창수 칼럼] 정치 혼란과 재정 위기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12/21 [16:25]

늘어나는 나라빚

 

12월 재정동향이 발표되었습니다. 매월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10월말(일부는 11월말) 기준으로 재정 상태를 보여줍니다. 우선 가장 큰 이슈는 국가채무 증가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1,217조 원입니다. 전년도보다 60조 원이 늘었습니다. 일반정부 부채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습니다. 여기에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더하면 1,673조 원입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지난 2024년 기준연도 개편을 해서 숫자 상의 비율이 감소했음에도 정부가 제시한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국고채 발행으로 보전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지출이 많아서일까요. 이제는 일반국민도 우리나라의 재정지출이 적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증세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현실로 받아들이는 정서가 있을 뿐입니다.

 

정부 지출보다 중요한 것은 수입의 감소입니다. 지출은 인위적으로 많이 줄였습니다. 물가 인상 등을 고려하면 재정은 더이상 줄이기 힘들 정도로 줄여놓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수입입니다. 수입이 지출 증가를 못 따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크게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395조 원이던 국세 수입은 작년 2023년에 344조 원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337.7조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추정합니다. 하지만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보면 이마저도 무너질 것으로 보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의 <2024년 10월 국세 수입 현황 분석> 보고서에서 이미 10월 기준을 예년과 비교했을 때 19조 원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34조 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정부재정의 역할은 소득재분배나 자원배분배도 있지만 경기 조절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불황이면 재정지출을 늘려 활성화시키고 활황이면 재정지출을 줄여 완급을 조절합니다. 경제위기이면 재정지출을 늘여야 하는데 수입이 줄어드니 지출을 늘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다보니 숫자 상의 재정적자 비율을 맞추려는 노력도 보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의 재정적자 규모를 2.9%로 맞춘 것도 그런 정서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계획에 불과합니다. 이번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도 이미 10월까지 재정적자는 75.7조원입니다. 역대 세번쨰 규모입니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도 30.5조 원 적자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작년보다 23.5조 원이 증가했습니다. 코로나같은 위기상황도 아닌데 역사적인 적자를 기록한 것입니다.

 

이렇게 재정건전성에 집착하다 보니 정부 지출이 줄게 되고 경기 활성화는 커녕 불황상태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정치 위기, 경제 위기를 불러오는 악순환

 

다음 달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 장벽이 예고된 가운데 계엄 쇼크까지 겹치면서 내년 우리 경제 성장은 잠재성장률인 2%에도 못 미치는 1%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에는 그보다 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2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뿐 아니라 정부부채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태를 개선하려면 결국은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려야 되는데 수입을 늘리려면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감세 정책을 방향을 바꾸든지 기조 변화가 필요합니다. 

 

2025년 예산안은 감액 처리되었습니다. 결국 추경 예산 등으로 정치적인 타협을 보아야 합니다. 세출뿐만 아니라 세입도 계획을 수정하고 현실적인 예산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부는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비상계엄과 탄핵소추 발의 등의 정치위기가 발생하면서 업친데 덥친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경제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불확실성입니다. 빨리 상황이 정리되어 예상되는 경제활동, 재정활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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