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탄핵의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2/08 [19:17]

[정창수 칼럼] 탄핵의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12/08 [19:17]

탄핵블랙홀에 빠진 나라살림

 

비상계엄선포라는 엄청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예산문제로 촉발된 비상계엄선포와 그 후속 처리 문제로 내년예산 심의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증액없는 감액 예산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세법개정안도 덩달아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한 계엄선포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10일로 예정되었던 예산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따라서 역사상 최초로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헌법 제54조3항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완료되지 못하여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까지 의결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준예산은 "①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②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③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에 해당하는 경비에 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하던 사업은 할수 있습니다. 필수적인 일들은 수행할수 있습니다. 클린턴과 부시정부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아 정부의 기능이 정지상태가 되는 “셧다운”같은 공포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 준예산 규정 도입 이후 현재까지 준예산이 실제 집행된 사례는 없습니다. 실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는 여러가지로 역사상 최초를 많이 만들어낼 것 같습니다.

 

 

정치의 실종, 예산의 실종

 

준예산이 없었던 것은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예산은 정치과정입니다. 따라서 준예산까지 가는 사태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피해 왔습니다. 준예산은 상징적으로 정치의 실종을 이야기하는 헌정역사상 초유의 일이 될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동적인 한국정치라 내일 당장 어떤 상황 전개가 있을지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생각할수 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과정입니다. 선거와 의결은 그 과정 중의 하나일뿐입니다. 토론과 합의라는 민주적인 절차가 무너진 파행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정치의 실종이 예산의 실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생각해 보아야 할점

 

우선 국회감액예산안 통과이슈입니다. 헌법상 국회는 감액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산 관련한 국회의 거의 유일한 권력입니다. 예산이 법률이 아니다보니 결산에서도 문제가 발생해도 할수 있는 조치가 없습니다. 제헌헌법에서도 이 문제가 논쟁거리였습니다. 삭감만을 인정하는 것은 국회권한을 크게 제약하는 것으로 다른나라의 사례를 보면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증액 권한이 없다보니 지역구 예산 등 증액을 위해 정부와 타협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감액도 마음대로 할수 없었습니다. 주도권은 항상 정부 즉 기재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그것을 포기하고 감액만을 한 것입니다. 따라서 감액 자체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둘째 감액의 내용입니다. 4.1조원의 감액 중에 가장 큰 것은 2.4조원을 줄인 예비비로 이번에 논란이 되었습니다. 예비비는 국회의 승인을 받지 않고도 사용할수 있는 예산입니다. 예측할수 없는 행정수요에 사용하는 예비비는 일정 규모는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비비는 이번에 전년보다 14.3%를 증액한 4.8조원을 편성했습니다. 정부는 트럼프2기 행정부 출범 등 격변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야당은 코로나때도 집행 예비비규모가 1.4조원이었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2022년에는 4.9조원을 집행했다고 주장합니다. 아마도 추경 등 기준이 다른것 같습니다. 

 

이렇게 된데는 불신때문입니다. 작년에 정부는 대통령 국외순방 명목으로 예비비를 6차례 523억 원을 끌어다 썼습니다. 애초에 편성한 정상외교 예산인 249억원의 두배가 넘습니다. 예산은 미리계산하여 작성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당초에 적게 편성하고 예비비로 마구 쓴다면 예산은 의미가 없습니다. 가장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특활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법적으로도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을 정도 매우 심각한 집행들이 많습니다. 

 

결국 운영의 문제입니다. 추후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예비비와 특활비 예산을 축소하고 집행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특활비는 증빙을 철저히 하고 예비비는 사전에 국회에 통보하여 국회가 승인권을 없더라도 의견을 제출할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셋째, 정치가 살아나면 예산도 살아납니다. 이번에 의료 등 일부 사업감액은 논란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액수도 크지 않기에 이 부분은 차후에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황이 정리되면 추경을 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특히 내년도 예산은 세수추계부터 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규모 재조정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금투세나 상속세 등 논란이 되는 세법개정안도 다시 한번 재고 할필요가 있습니다.

 

예산은 정치 논리와 행정논리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지고 집행됩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전국민의 우려를 기회로 바꾸는 정치로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참에 헌법도 바꾸어 국가재정의 운용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기회가 되면 더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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