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두 달 늦게 시작된 예산심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1/24 [12:11]

[정창수 칼럼] 두 달 늦게 시작된 예산심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11/24 [12:11]

2025년 예산심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8월 말에 제출된 정부예산이 이제야 심의를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법정기한은 9월 3일입니다. 두 달 만에 예산심의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정상적이거나 올바른 것은 아닙니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서 심의할 것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항상 막판에 몰려 예산을 심의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국회법에 의하면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이전에 시행하라고 되어 있지만 매번 일정은 늦어져서 10월에서야 국정감사를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습니다. 법에 교섭단체간의 협의를 통해 뒤로 미룰 수 있는 예외규정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국회에서도 항상 이런 일정을 고려해 일을 하게 됩니다. 예산심사의 기본자료를 제출하는 예산정책처나 예결위에서도 분석보고서를 예산심사가 시작되는 며칠 전에야 제출하기 때문에 예산심사 준비는 더 부족해집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5년 중앙정부 예산분석] 25년 예산안 감액 및 증액 사업 현황, 의미, 문제점 [2025년 중앙정부 예산분석]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분석 등을 통해 예산분석의 도움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이외에도 나라살림연구소의 보고서들을 참조하시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작부터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예결위의 시작은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전문가들로부터 분석 의견을 듣는 공청회로 시작됩니다.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10년이상 그렇게 해왔습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국민들을 대표하는 국회에 대하여 예산안을 설명하는 자리입니다. 다음해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입니다. 

 

하지만 올해 이런 관행이 깨졌습니다. 지난 월요일의 시정연설은 전날에 통보되어 총리가 대독했습니다. 지난번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던 터라 국회를 대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언론들도 일제히 불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회 참석을 권유할 정도입니다. 국회와 정부간의 문제 못지않게 여야의 대립도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예산심의는 매우 험난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법에 의거하여 먼저 예결위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7년째 진술인으로 참석했습니다. 5명의 진술인 중 하나로 참석해 50명의 예결위원들과 질의응답을 벌이며 내년 예산심의 시사점을 모색했습니다.

 

이번 공청회의 주요이슈는 세수부족입니다. 긴축예산을 편성했는데 재정건전성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한 논쟁입니다. 지출을 줄였는데 세수부족 때문에 재정이 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9월 국세수입재추계 결과 29.6조 원의 결손이 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22년국세수입이 395.9조 원, 2023년 국세수입이 344.1조 원, 2024년 국세수입이 337.7조 원으로 매년 감소한다는 추정입니다. 2025년도 예산안의 국세수입은 382.4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2022년 국세수입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8월 말 세수 추계를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지난주 공청회를 하고 있는동안 9월말 세수추계가 발표되었습니다. 오기형 의원이 이를 토론회 과정에서 언급하면서 세수부족이 더 커질 거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따라서 나라살림연구소는 이에 기반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9월 국세수입 현황 분석)

 

따라서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세수부족은 더 커질 것입니다. 29조 원이아니라 40조 원대를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현정부의 예산서에는 내년도 382.4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8월 기준 올해 세수추계는 337.7조 원입니다. 이대로만 해도 올해보다 내년에 13.2%의 세금이 더 걷혀야 합니다. 더구나 9월말 기준으로 세수 부족이 더 커진다면 내년 예산안의 세입은 불가능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예산정책처도 내년에도 세수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문제는 세금이 목표한 만큼 안 걷히는 정도가 아니라 전년도보다 더 줄어든다는 데에 있습니다. 2022년 395조 원보다 작년이 줄었고 올해 더 줄어 337조 원이 된다면 58조 원이 줄어든 것이고 9월 말 기준으로 보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봅니다.

 

역사상 볼 수 없는 세수부족 사태에 대해 경기 위축이라는 말로 답하기에는 너무나도 현실은 엄중합니다.

 

 

결국 파행인가

 

국회는 예산안을 심사하여 11월 30일까지 예산 심사를 마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12월 1일 정부 원안이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됩니다. 헌법상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국회법 제85조에 자동부의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여야간 협의가 이루어지면 연장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야가 협의할 때 이야기입니다. 협의가 되지 않으면 정부안이 자동으로 통과됩니다. 하나도 손을 대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되는 것입니다. 

 

야당은 자동부의 폐지법안을 발의하여 이 상황을 막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응수할 것입니다. 그러면 국회가 예산안 승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준예산은 「대한민국헌법」(제54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완료되지 못하여 회계연도 개시일(1월 1일)까지 의결되지 못할 경우 준예산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또는 시설의 유지・운영, 법률상 지출의무의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에 해당하는 경비 등에 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습니다. 1960년 준예산 규정 도입 이후 현재까지 준예산이 실제 집행된 사례는 없습니다. 따라서 야당도 혹시나 준예산 사태가 된다면 안게 될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습니니다.

 

결국 정부와 국회는 무엇을 하게는 못해도 변화는 못하게 막는 상황입니다. 전에 없는 정치 대결 상황, 국회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 어디까지 가게 될지 모르는 끝모를 상황, 나라살림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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