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세수결손에 기금 돌려막기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1/19 [10:36]

[정창수 칼럼] 세수결손에 기금 돌려막기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11/19 [10:36]

2025년 예산안의 최대 화두는 세수 부족과 재정 압박입니다. 재정위기는 3단계로 구분합니다. 1단계는 일시적 유동성의 문제로 생기는 재정압박입니다. 재정위기의 징후로서 재정지출의 지속적 팽창과정에서 이를 충당할만한 재정수입이 확보되지 않아 재정유동성에 문제가 발생하여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입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지금 2년 연속 세수 부족으로 인해 여러 곳에서 재정 압박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8일 기재부는 <2024년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기금 가용 재원 14~16조원을 활용하고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6.5조원을 줄이고, 불용(7~9조원)으로 세수결손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동원되는 기금은 외평기금(4~6조원), 공공자금 관리기금(4조원), 주택도시기금(2~3조원)입니다.

 

정부는 재정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국채 추가 발행없이 정부 내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금 전용에 대해서도 각 기금의 여유 재원을 활용하고 기금 목적 수행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활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외평기금을 헌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갉아먹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외평기금은 외국환거래법상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설치된 기금입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고 나서 만든 기금입니다. 소잃고 외양간을 고친 격인데, 외양간을 다시 부수고 있는 셈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돌파를 시도하고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 커진 상황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책리뷰] 외평기금 유동자산 규모> 보고서를 통해 외평기금 유동자산규모가 22년 111조에서 24년 69조원으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외환보유고도 21년 4,631달러에서 지난달 4,141억달러로 490억달러가 줄어들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IMF외환위기는 국가채무 때문이 아니라 외환유동성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재정위기가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 

 

재정위기의 2단계는 본격적인 재정 위기를 말합니다. 재정적자의 누적 현상이 지속되어 사회문제로 표출되는 단계입니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는 급하지 않는 재정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의료공백으로 2,040억원을 지원했는데, 예비비가 소진되어 지역재난기금을 끌어 쓴다고 합니다. 1,712억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지역재난기금은 지방세의 일부를 재난에 대비하여 모아놓는 돈입니다. 지금 의료대란이 재난일까요. 정책실패 대란일 수는 있습니다. 정책실패를 지역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청약통장의 돈이 들어있는 주택기금을 줄이는 것도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수 있습니다. 당장 행복주택 등 사업 예산도 대폭 삭감되고 있습니다. 

 

지방재정은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세수 부족이 이어지고 있는데, 내년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예산을 줄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회서비스가 감소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경제 특히 비수도권 경제는 재정의 역할이 큽니다. 재정 축소는 지역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정위기의 3단계인 재정 파산은 재정위기 상태를 자력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입니다.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됩니다. 하지만 설마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설마는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기대응이 아니라 경기불황을 촉진할 재정축소

 

지금 내수부진과 수출역성장으로 경제전망이 어둡습니다. 이럴때 정부는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재정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편성된 예산까지 불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은 오히려 경기를 침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세수펑크 속 재정이 남아도는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경직된 재정건전성 신화에 매몰되어 현실 대응에 무력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재정이 걱정된다면 지출만 줄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입을 늘릴 생각도 해야합니다.

 

의회와의 협의도 중요합니다. ”대표없이 과세없다”라는 말은 “대표없이 재정없다”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재정은 사용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대표는 정부와 국회입니다. 그런데 이번 세수부족 대처를 보면 국회를 경시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기금의 여유 재원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금은 20%까지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업계획을 변경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법규정을 두는 이유는 비상시기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국회의 동의에 시간이 걸리므로 탄력적인 대응을 하라는 것이지 국회를 회피하고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이 비상시기일까요. 아니면 비상시기이고 싶은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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