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11/17 [01:28]

[정창수 칼럼] 기후변화와 정의로운 전환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11/17 [01:28]

기후변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입니다. 따라서 정부는 2023년 예산안부터 첨부서류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번 2025년 예산안은 세 번째 제출입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일단 이러한 제도를 시작한 것만큼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도입 자체는 의미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담당 장관의 국회 발언을 보면 이러한 첨부서류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관심은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살림연구소는 이 제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분석보고서를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2023회계연도 온실가스감축인지 결산서 분석, 서울시 24년도 기후예산서 분석 및 평가, [2025년 중앙정부 예산분석]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안 분석) 

 

뿐만아니라 중앙정부의 예산 못지 않게 지방의 예산에서도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련 현황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지방자치단체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추진현황 분석)

 

2025년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을 보면 여러 가지 지적할 문제점이 있습니다. 예산규모는 정부지출안 대비 1.78%에 불과하여 2023년 첫 번째 예산안에서 제시한 비중 1.86%보다 낮아졌습니다. 또한 실제 감축예산 비중도 제자리걸음(23년 1.55%→25년 1.52%)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사업 작성 계획은 여전히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 내 비감축예산 비중 14.7%로 다시 확대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 관여하는 정량사업 감축예산 감소하는 문제와 국가재정의 온실가스 감축 유도를 위한 실효적 추진계획 제시 역시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본과 노동입니다. 자본은 기후변화 관련하여 시장 원리에 따라 적응하고 대응하고 있습니다. 자본에 따라 새로운 산업 세력은 앞서서 대응하고 오히려 기회를 삼기도 합니다. 문제는 과거 산업이나 기후 변화를 불러왔던 사업들에서 발생합니다. 또한 여기에는 그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가 얽혀 있습니다.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잉글랜드 노팅엄셔의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가 지난 9월 30일에 문을 닫았습니다.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나라가 영국이다 보니 이 사건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집니다. 주요 7개국(G7)에서도 처음입니다. 

 

원자력문제에 대한 이념적인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석탄발전소 폐지 및 축소에는 대체적으로 세계적인 합의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이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한국정부에서 조차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전 정권에 이어 축소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화력발전소가 많이 모여 있는 충남 지역은 현실적으로 지역경제 위기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에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석탄발전소가 줄지어 폐쇄되기 때문입니다.

 

충남에 발전소가 몰려있는 29기 가운데 14기가 폐쇄되면 7,577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습니다. 정부는 다른 발전소로 배치한다는 방침이지만 새로 짓는 LNG 발전소는 2개뿐이고 인력을 수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치적 쟁점이 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에 특별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재고용 보장 규정이 없고 그나마 21대 국회에서 그나마 의결없이 폐기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는 척도로 예산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정부의 대응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저희의 분석입니다. [2025년 중앙정부 예산분석] 기후대응기금 공정한 전환 예산분석

 

진심은 돈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마음 가는 곳, 즉 가치를 부여하는 곳에 돈이 가고 돈 간 곳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개인이건 정부건 기본원리입니다. 눈앞의 처리할 일로만 여기고 임기응변으로 넘기기에는 현실의 문제는 너무 큰 과제입니다. 

 

나아가 민족을 위해 일한다는 관료들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이기는 하지만 잠시 그 직에 있는 샐러리맨의 생각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예산을 보고 그것이 결정되는 과정을 보면 그러한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예산의 정치적 활용은 이익집단의 발호도 있고 관료집단의 편의성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과제를 압력의 과정으로 수용하는 좋은 활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전문성을 가진 전문관료들은 기술자들입니다. 기술은 좋게 사용할 수도 나쁘게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미래를 선도하던 관료들의 긍정적인 모습을 추억합니다. 선도하지 못하면 활용이라도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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