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연탄시대의 종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9/01 [14:23]

[정창수 칼럼] 연탄시대의 종말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09/01 [14:23]

서울의 마지막 연탄공장이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 이문동에 있는 삼천리이앤이라는 연탄공장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삼천리연탄으로 알려진 회사입니다. 1968년에 세워졌으니 56년만에 문을 닫는 것입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한국이 연탄시대는 1966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산림녹화 5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나무땔감 사용을 금지했고 그 대안으로 연탄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 석관-이문 연탄단지였습니다. 그 곳의 마지막 공장이 문을 닫은 것입니다. 한때 7개 공장, 10만평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한국의 산림조성사업은 연탄이라는 정책이 큰 기여를 했습니다. 비록 우리의 삶에서 연탄가스 중독이라는 사고를 안고 살게 되었지만 연탄으로 보일러를 가동하여 아파트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계기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가지 알아야 할 것은 연탄가스 중독은 우리나라의 연탄이 무연탄이라는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연기가 없는 무연탄은 가스를 방출합니다. 석탄 중에 가장 연료 효율이 낮다고 합니다. 연기가 있는 유연탄이 그 상위이고요. 남한은 무연탄이 대부분이고 북한은 유연탄이 많다고 합니다.

 

각설하고요. 제가 연탄이야기를 꺼낸 것은 항상 그렇듯이 예산때문입니다. 한국에는 연탄을 쓰는 가구가 여전히 7만 가구가 넘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아직도 연탄공장은 18개가 남아있고, 이 곳에서 연간 36만장의 연탄을 생산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탄은 저소득층 연료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말에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이 연탄나누기 봉사활동을 하면서 언론플레이는 하는것도 바로 이러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홍보가 되기 때문입니다. 연말이면 “연탄3장으로 버티는 경로당”, ”사랑의 연탄은행 잔고 뚝뚝”등의 기사로 저소득층 삶의 중요한 징표를 이를 활용하는 언론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연탄은 저소득층에 맞는 연료가 아닙니다. 현재 연탄 한 장 가격은 도매가격 기준으로 1989년 167원에서 최근 639원까지 올랐습니다. 2020년 연탄 보조금이 중단되면서 소매가격은 1000원을 웃돈 지 오래됐습니다. 그 전까지 연탄이 저렴했던 것은 연탄에 예산이 지원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산지원이 없다면 당장 연탄가격은 두 배 이상 오를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예산으로 버티는 값비싼 연료였던 셈입니다. 특히 연탄의 원료인 석탄은 탄소 배출 때문에 기후변화시대에 가장 먼저 없어져야할 연료입니다. 따라서 석탄은 정책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해야한다는 논리 때문입니다.

 

몇가지 생각해 볼지점이 있습니다

 

첫째, 예산귀착입니다. 제가 만든말입니다. 조세귀착은 세금을 거두면 결국 누가 내는 것으로 귀착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에서 재산세를 거두면 월세를 인상해서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 같은 것입니다.

 

예산도 결국 누구에게 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생 학자금을 융자하면 결국 사학들에게 그 돈이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처럼요. 연탄값을 보조하면 결국 석탄회사들이 지원받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연명하게 되면서 다른 산업으로의 전환을 합니다. 삼천리나 대성은 연탄의 지원에 힘입어 다른 사업으로 전환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럴수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예산귀착으로 인해 저소득층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연탄 보일러를 가스 등 다른 보일러로 바꾸고 에너지 복지로서의 지원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소득층 지원과 사양산업 지원이 같이 가면 안됩니다. 미래를 위한 자원재분배가 왜곡됩니다. 석탄사업도 소멸하지 않더라도 포폴리오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존재해야 한다면 첨단산업이 되는것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첨단산업보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첨단화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연탄에 대한 직접 보조금 지원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석탄(연탄)예산은 남아 있습니다. 전력기금에 아직도 많은 사업들이 있습니다. ‘국산무연탄사용발전소 한시적지원’사업이 24년만에도 159억원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작년보다 20%가까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한시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오래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돈은 아직 남아있는 수백명의 광부들을 고려한 예산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월급은 적습니다. 결국 석탄공사 같은 공공의존 기관들의 유지를 위한 것은 아닐까하는 경험에서 얻은 의심이 듭니다.

 

‘에너지바우처쿠폰’사업에 212억원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바우처 방식은 조금 더 나은 방식입니다. 직접 선택할수 있으니까요. 당연하겠지만 연탄만이 아닌 다른에너지도 사용할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업이름 자체가 연탄 쿠폰입니다. 다행히 전체 에너지바우처사업은  6,856억원입니다. 

 

이외에도 폐광대책비도 2,232억원, 해외광물자원사업에 유연탄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예산은 딱 잘라서 낭비라고 이야기 할수는 없습니다. 정치 논리도 있고 행정 논리도 있습니다. 따라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신중을 이유로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재원이 소요된다면 낭비적인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을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연탄과 작별할 시간입니다, 그동안의 연탄의 사회적인 기여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작별해야합니다. 

 

하지만 새 것은 시작되었지만 과거의 것은 죽지 않는 현실입니다. 

 

2025년 예산인 다음주에 발표됩니다. 과연 어떤 예산정책일지 궁금합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예산일지, 미래를 만드는 예산일지 기대는 없습니다만 실망도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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