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여러 기후위기 관련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파트너들과 오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국내외, 특히 최빈국에서 기후, 기후변화, 탄소 감축, 그리고 기후위기 적응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전문가들이다. 대화 중 필자의 현재 상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수년간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종사하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었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행동을 실천하고 있는데, 최근에 많이 지쳤다는 이야기였다.
필자는 베트남에서 맹그로브 숲을 조성하고 환경 교육을 시작으로, 인도, 오만, 가나, 미얀마 등에서 다양한 탄소 감축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다 보면 변화에 무관심한 리더들과 기업, 정책의 후퇴, 무관심한 대중을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설득과 연대를 위해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지치기 시작한다. 이 지치는 순간이 가장 큰 문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힘이 빠지고, 2030년, 2050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 부족을 보며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는 과격한 기후 행동을 하는 이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주변과 세상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일삼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탄소 감축 방법을 시행하는 팀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에 불만을 품고 비판한다. 이후에는 자포자기하며 변화 없는 세상에 대한 비판보다는 실망과 슬픔에 좌절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최근 몇 주 동안 필자에게도 나타났다.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필자는 기후 우울증에 빠졌음을 알게 되었다.
미팅 때 한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생각난다. 바로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소통"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깊이 동감한다. 필자는 분명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려 했고, 연대의식보다는 내가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행동했다. 과하면 넘치고 결국 무너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27ppm이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대 중반에는 돌이킬 수 없는 농도인 450ppm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함께해야 한다. 지칠 때는 서로 부축하고, 부정할 때는 서로 다독이며 설득해야 한다. 여러 방안 중 시간 상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을 실행하면서 중장기적 전략도 세워야 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소통이다.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와의 싸움은 개인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항석 대표 소개: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현재 탄소감축 전문기업 KCCTS, 사회적협동조합 드림셰어링과 베트남 짜빈성 최초 사회적기업인 MangLub을 설립하고 운영 중이다. 기후위기, 환경과 이를 위한 적응과 완화 분야를 위해서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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