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교육에 대한 프레임을 바꿔야 산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7/27 [14:02]

[정창수 칼럼] 교육에 대한 프레임을 바꿔야 산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07/27 [14:02]

교육재정교부금 논쟁

 

교육재정교부금이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2018~2022년 현금 복지성예산으로 3.5조 원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무료 태블릿이나 무이자 대출 등으로 교직원들에게 가는 복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예산낭비성 사업이라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몇 년 전부터 감사원, 기재부, KDI 등의 기관들이 교육 재정 특히 교육청 재정에 대한 방만함과 과대한 규모에 대해 연달아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재정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예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기금에 넣어둔 돈도 2023년 기준으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9.6조 원과 교육시설 환경개선기금 8.1조 원을 합하여 18조 원 가까이 됩니다. 2022년 결산상 잉여금이 7.6조 원이었습니다. 2023년도에도 실제 결산이 제출되면 수조 원 이상 증가할 것입니다. 

 

KDI는 2023년 1인당 교육교부금이 2020년 830만 원에서 2070년 8.9배인 7,390만 원으로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46년 후에나 될 일을, 더구나 우리나라 인구가 반 이상 줄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까지 불러들이는 것은 공포마케팅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데에는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상황 변화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이 돈의 일부를 유보 통합(유아교육·보육 통합)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물론 시도교육청들은 교육재정 악화를 이유로 이마저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불용예산도 갑자기 내려오기 때문에 사업 계획을 세울 수 없어 일시적으로 늘어났다는 반론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미 6년에 걸쳐 불용 예산과 잉여금이 증가했기 때문에 일시적이라는 반론은 힘을 잃습니다. 교육재정 운영의 문제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재정당국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비효율 측면도 있지만 세수부족으로 인한 재정 부족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정부는 2023년에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이하 고특회계)를 신설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미래인재 양성 투자 요소 등을 감안하여 3년 한시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재원인 교육세의 세입예산 중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 지원액을 제외한 금액의 절반을 고특회계로 이전하는 내용입니다.

 

고특회계는 교육세 중 1.5조 원과 기존 일반회계 예산 중 고등 평생교육 부분 사업 8조 원을 합하여 9.7조 원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미 교육재정교부금에서 헐어내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적을 만든 교육 재정

 

한국이 기적을 설명할 때 우리는 주로 뜨거운 교육열을 듭니다. 대학입시를 치를 때 비행기도 뜨지 않는 것이 대표적 사례일 것입니다. 

 

교육열은 우리나라만의 특성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도나 중국이나 다른 나라들도 교육열은 엄청납니다. 그런데 그 나라들과 우리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정부 교육정책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양과 질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한 데에는 교육예산을 통한 집중지원이 큰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날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지만 노동력 인구 중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은 대졸자가 12.5%이고, 고졸은 30%입니다. 인도는 이보다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구나 그 교육 내용도 이념교육에 치우치거나 수준이 낮습니다.

 

어느 나라에나 엘리트는 있습니다. 하지만 엘리트뿐만 아니라 산업의 각 수준별로 교육받은 인력이 확보되어야 그 나라의 종합적인 경제력과 국력이 만들어집니다. 1819년 최초로 강제로 의무교육을 실시한 프로이센이 영국을 70년도 안되어 따라잡은 비결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은 이미 1895년에 의무교육을 선포하였습니다. 하지만 일제시대는 이를 가로막았고, 70%가 넘는 문맹률을 보였습니다. 해방 후 1950년에 의무교육을 선포했고 그 결과 1955년에는 95.3%가 초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한국은 2019년 교육부의 <교육수준지표> 기준으로 대졸 50%, 고졸은 90% 이상입니다. OECD평균은 39%입니다. 이러한 한국의 교육은 재정이 만들었습니다. 1958년부터 의무교육재정교부금을 만들어 지원했고, 1972년부터는 내국세의 20% 가량(현재는 20.79%)을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재정을 만들었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23년에 74.4조 원으로 국방비 57조 원보다 많습니다. 원조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1950년대부터 이렇게 해왔습니다. 다른 후진국들이 원조받은 자원을 소비재나 부패로 날릴 때 한국은 달랐던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교육시키고 산업화를 맞이 했습니다. 중국과 인도는 산업화를 맞이 했지만 양질의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70년대 산업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을 선진국으로 만드는 발판은 교육이었고 그 에너지는 교육재정이었습니다.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지금 기적은 달성되었는데 계속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문제를 초중고 교육으로만 보는 시각이 근본적인 개혁을 가로막습니다. 초중고 교육에 대한 재정만 넘칩니다. 그런데 대학 등 고등교육의 지원은 현저히 적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11,277달러인데, 이 중 27%인 2,680달러만이 공공재원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2만불 가량인데다가, 영미권을 제외하고는 50%~80%가량을 공공재원으로 지원합니다. 따라서 고등교육재정 지원 증가는 필요합니다. 

 

또 하나 산업구조 변화 때문에도 필요합니다. 이모작, 3모작이 필수적인 사회입니다. 높은 수준의 공부가 필요한 대학원졸은 OECD평균이 15%인데 한국은 3%입니다.  

 

결론적으로 교육 재정의 개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반재원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함으로 변질되서는 안됩니다. 교육 전체에 대한 지원을 줄이지는 말아야 합니다. 교육은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기도 하고, 평생교육이기도 하고, 산업지원을 위한 노동교육일 수도 있습니다. 

 

초중고 교육지원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산업화 시기의 필요하고 훌륭한 전략이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는 생애 전체의 교육으로 프레임을 바꿔야 합니다. 노동교육이나 2모작은 이제 복지이고 경제적인 투자입니다. 노동력 재교육을 개인에게 맡기는 것은 구시대 프레임입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고등교육을 지원하게 하여야 합니다. 최근 연구들은 지방소멸의 시작이 대학쇠퇴부터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지방대학이 쇠퇴하면서 인력 양성이 안되고 기업이 고용할 인재를 찾을 수 없어 지방을 더 기피하게 되고 지방일자리가 부족해지자 다시 지방대학이 쇠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최근 기재부는 지방교부세를 높여 지방재정을 확충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입니다. 필요한 논쟁입니다. 다만 걱정은 존치냐 허물기냐 하는 양자택일의 단순한 논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누구의 것이냐로 변질되서도 안됩니다. 모두의 것입니다. 교육은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 기관에만 맡길 수 없습니다. 

 

프레임을 바꿔 모두를 위한 교육재정으로 한국의 기적을 다시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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