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도시에 집중 투자하자”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최근 보고서의 제안입니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연평균 성장률이 3.4%인데(2011~2022년 기준) 나머지 동남권과 호남권, 경북권은 1.4%에 그쳤다고 합니다. 한은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5년 뒤 수도권과 충청권 이외 지역은 인구 4.7%가 빠져나가고 지역내총생산(GRDP)이 1.5% 줄어들 것 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두 지역간 성장격차는 절반 이상(51.7%)이 생산성 격차에 기인한다는 분석입니다. 수도권‧충청권의 높은 생산성은 대기업 및 고숙련 노동력, 연구개발 활동, 생산 지원 인프라 등이 집중된 데 따른 집적 경제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30대 기업 중 수도권 기업 비중은 95.5%(시장가치 기준), 10대 종합대학교 중 수도권 비중은 100%(개수 기준)로 일본 등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의 집중을 보입니다. 이에 따른 생산성 격차는 노동 및 자본의 공간적 집중을 더욱 심화시켜 종국에는 확장된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간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국가 전체로도 저출생 등 부정적 외부 효과가 확대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수도권에 자산의 46%가 집중돼 있습니다. 수도권 면적 1㎢당 자산은 2,434억 원, 그 외 지역(383억 원)과 6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비수도권 대도시의 생산성이 1% 늘어날 경우 GDP에 미치는 영향은 1.3%인데 수도권은 1.1%였습니다. “비수도권 대도시의 경우 인구 유입에 따른 혼잡 비용이 수도권보다 적고, 인접 지역에 미치는 생산성 파급효과는 더 크기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따라서 지역 격차에 대한 대안으로 비수도권에서 집적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도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간 지역 공공투자는 저개발지역 발전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대도시에는 최적 수준보다 오히려 과소투자 되어 온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비수도권 대도시 기초자치단체의 GRDP대비 투자적 지출 비율(평균 1.4%)은 중견도시(3.9%), 소도시‧군(16.0%)보다 크게 낮다는 것입니다.
또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이전도 규모의 경제, 인적 자본 효과 등으로 대도시에서 생산 및 고용 창출 효과가 더 큼에도 이전 기관이 10개 지역으로 흩어져 지역거점 형성 등의 목표 달성이 제약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는 전 국토에 빠짐없이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향후 인구감소를 고려하면 소수의 거점도시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주장입니다. 1인당 GDP가 3만달러 이상, 인구밀도가 2백명/㎢ 이상인 국가들(일본,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의 비수도권 거점도시는 국토면적 10만㎢당 2~6개로 우리나라 혁신도시의 개수(10개)보다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른바 거점도시 주장입니다. 이미 이 분야에서는 마강래 교수가 <지방도시 살생부-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지방분권의 함정 균형발전의 역설> 등의 책에서 공간 단위를 먼저 조정한 후 분권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화두를 던졌습니다.
모두를 살리려다 어떤 곳도 살릴 수 없다는 진단을 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의 원심력을 만들자는 주장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별 거점을 통한 생존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입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농업정책의 권위자인 박진도 교수는 <강요된 소멸>이라는 책에서 효율성과 경쟁력 함정에 빠진 압축도시인 메가시티론이라는 비판을 합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메가시티는 지역간 지역내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일본에서도 이 정책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지역간, 지역내 불균형을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짧은 글에서 메가시티론에 대한 판단을 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 분야에서 재정이 가장 중요한 도구라는 것입니다. 규제 문제도 있습니다만 재정을 수반하지 않으면 슬로건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이 이슈에 대한 저와 연구소의 생각도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재정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주장이 모순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정분권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원칙이고 방향입니다. 다만 지역격차로 인해 수도권에 유리합니다.
균형발전도 중요한 원칙이자 방향입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재정집권을 해야 한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중앙에서 모아서 지역에 나누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메가시티를 진행했을 때 지역에서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광역시를 중심으로 하는 메가시티들은 지역에서도 지역격차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조정하는 것이 지방교부세입니다. 국세의 20% 가까이를 지역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교육재정교부금까지 더하면 국세의 40%를 지방에 배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배분기준이 광역을 고려하기는 하지만 226개 기초 지자체를 모두 살리려고 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은행 보고서가 지적하는 것은 지역에 골고루 나눠주다 보니 지역 대도시에 과소투자되었고 공공기관 이전도 지역균형을 맞추다 보니 분산되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일단 비효율적 지원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다만 줄이자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 보면 박진도 교수가 주장하는 지역기본소득 등의 방안을 포함해서 지역주민들의 삶에 투자하는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뿐만아니라 소농이 아닌 레저농민들이 많이 포함된 통계부터 바로 잡고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효율성과 경제성도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지역 대도시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지방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수도권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GTX 등 수도권 집중을 위한 투자도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두를 살리려고 모두 죽는 현실은 비수도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실입니다.
재구조화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민주적으로 집단지성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교부세를 나눠주는 것이 소수의 관료들 손에 있습니다. 후진국 한국에서는 소수의 엘리트들이 결정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진국 대한민국은 엘리트가 통제·조절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독일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지방재정 지원은 국회가 결정합니다. 물론 국회를 믿지 못하는 분들은 반대할 것입니다. 하지만 관료는 믿을 수 있을까요. 국회가 결정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을 믿어서가 아니라 대의기구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직접 참여를 통해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회는 절차적 대의기구입니다. 직접 참여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과정을 통해 결정된 것은 정책 추진의 에너지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민주주의 원칙이기도 합니다.
결론은 없습니다. 만들어 가야 합니다. 원래 머슴들은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주인들이 고민과 생각이 많습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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