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 말 잔치 되나
이번 2024 국가재정전략회의의 가장 큰 이슈는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면서 재정이 3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에 대해 시행하는 예산 절차입니다. 각 부서가 자체적으로 하던 예타를 실시해 대부분의 사업이 진행되는 관행을 막아보고자 만든 것입니다.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을 타당하지 않다고 할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후 KDI에서 독자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경제성 중심이라는 등의 비판이 있습니다만 계속 제도를 보완하여 경제성이 부족해도 지역균형 등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는 제도로 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연구개발(R&D)의 경우에는 과기부에서 담당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예타는 각계의 전문가들의 고민과 연구의 결과물로 그 권위를 인정받아 국민적인 신뢰를 받게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11개월 전인 작년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하면서 ‘연구비 카르텔 ‘논란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결국 5월 말 제출되었던 각 부처 예산요구서의 R&D 예산 증액은 정반대로 감액 조정되었고 이후 혼란과 논란은 모두가 아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R&D 예산을 역대 최대로 올리고 예타까지 폐지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카르텔이 없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없었던 것일까요.
국가재정전략회의는 5년간의 국가재정의 중기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년 180도로 달라진 전략을 세우면 국가정책의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냉온탕을 반복하다보면 개인도 감기에 걸리듯 국가정책과 경제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예타제도를 수정하는 것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 문제사업들이 있을 수 있는데 대책없이 덜컥 예타부터 폐지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특히나 재정건전성을 주장하며 모든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추진하는 정부정책과 모순됩니다.
이번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중요한 것은 5월 말에 각 부처가 예산요구서를 제출하기 때문입니다. 이 예산요구서를 가지고 기재부와 부처가 논의하여 정부예산을 확정하고 회계연도 120일전인 9월 3일까지 국회에 제출합니다.
예산요구서가 나와봐야 구체적인 숫자가 파악될 것입니다. 정책은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번 재정전략회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물론 1장짜리 보도자료로는 내용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재정전략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는 ’24~’28년 중기 재정운용 및 ’25년도 예산편성 방향에 대한 발제를 통해 “최근 어려운 재정여건 속에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면서도 당면한 민생과제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에는 충실히 투자하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부처별로 사업타당성 전면 재검토 등 덜어내는 작업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중기계획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초중반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알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재정건전성 재정운용기조 하에 민생안정, 역동경제, 재정혁신 등 3가지 주제가 이번 재정전략회의 주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재정 긴축과 재정확대는 모순되는 정책입니다.
기대되는 2025년 예산요구서
문제는 재원 마련은 지출구조조정으로만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부분입니다. 이미 국가 채무비율이 2024년 계획상 1,196억 원으로 GDP(국내총생산) 대비 51.0%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예상된 경제성장률이 달성되어서 세수가 들어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번 5월 9일 발행된 기재부의 <월간 재정동향 5월호>에 의하면 3월말 기준 정부 총수입은 147.5조 원인데 지출은 212조 원으로 관리재정수지(사회보험을 제외)만 75조 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14년 월별 관리 재정수지를 집계한 이후 최고 규모입니다.
따라서 올해 예상한 정부 재정적자 전망치 91.6조 원의 82%를 3개월 만에 달성했습니다. 이 추세로라면 남은 9개월 동안 예상의 200%를 넘는 적자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총선을 의식해서 역사상 최대의 재정 조기집행을 추진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지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리는 것입니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이미 작년에 진행했지만 많은 무리수가 생겼습니다. 지방에 떠넘기거나 정부의 중요한 사업들이 중단되는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수입을 늘리는 문제는 더 어렵습니다. 증세할 수도 없고, 경기침체에 더하여 그나마 금투세 폐지 등 더 확대된 규모의 감세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외평채를 끌어다 쓰거나 하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환율 문제가 심각한 올해에는 이마저도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지 못한다면 어디선가 돈을 줄이는 지출구조조정입니다. 보도들에 따르면 정부는 15조 원의 저출생특별회계(가칭 교육 돌봄책임 특별회계)를 만들기 위해 교육교부금에서 3조 원가량을 충당한다고 합니다. 유보통합은 교육부소관인 유치원과 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것이니 양쪽의 예산을 합할 것입니다. 이것이 15조 원인데 양쪽의 격차해소 등에 추가되는 3조 원을 국고가 아니라 교육교부금에서 충당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주는 것까지 헐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지켜보아야 합니다.
연구개발(R&D) 예산도 작년에 줄어든 4.6조 원을 환원하고 더 추가한다면 그 돈이 어디서 나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마도 많은 부분에서 예산삭감이 있을 것입니다.
재정건전성은 긴축재정을 이야기합니다. 민생지원은 재정지원입니다. 긴축재정과 재정지원이라는 모순된 정책은 어떻게 구현 가능할까요. 이번 5월 말 예산요구서가 기대됩니다. 샤워실의 바보가 될지 그저 말잔치 일뿐인지 숫자가 이야기해 줄 것입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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