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부담금은 규제인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4/07 [14:39]

[정창수 칼럼] 부담금은 규제인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04/07 [14:39]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정부의 역할은 매우 큽니다. 조세 등 재정수입으로 많은 사업을 벌이는 재정지출을 합니다. 수입에는 조세가 있고 각종 세외수입이 있습니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세외수입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재산임대라든가, 사용료 및 수수료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재정수입을 거둬 들입니다. 지금은 민영화된 KT가 거두던 전화 요금을 예전에는 전화세라고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기세, 수도세 등 공공의 영역에 있는 많은 서비스들이 조세와 혼동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역사 속에 축적된 인식과 경로 의존성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또다른 의미는 이 서비스들이 여전히 공공적인 것이며 따라서 공공적인 부담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서비스에는 정부가 개입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민간회사인데도 인사에 관여하는 월권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건강보험이 예산에 포함되지 않지만 엄연히 조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더 넓은 영역으로 보면 KBS수신료나 적십자회비 같은 사실상의 강제징수가 통용되고 있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적인 역할을 하는 재정 활동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조세외 수입중의 하나가 부담금입니다.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부담금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행정권한을 위탁받은 공공단체 또는 법인의 장 등 법률에 따라 금전적 부담의 부과 권한을 부여받은 자가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그 밖의 명칭에도 불구하고 재화 또는 용역의 제공과 관계없이 특정 공익사업과 관련하여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부과하는 조세 외의 금전지급의무”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부담금은 누가 부담하는가

 

일반적으로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자에게 해당 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부담금 관리 기본법」 및 각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부담자가 공공사업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거나 특정사업으로부터 편익을 얻는 경우 등에 부과됩니다.

 

조세는 일반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국민으로부터 무상으로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재화(財貨)”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공익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부담금은 조세와 그 성격이 유사합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조세와 부담금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서로 구분됩니다. 첫째,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한 것인데 비하여 조세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일반수입을 목적으로 합니다. 둘째, 부담금은 당해 사업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에게 부과하는 데 반해, 조세는 특정사업과 관계없이 일반국민 또는 주민에게 부과합니다. 셋째, 부담금은 사업소요 경비, 사업과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하여 부과하는 반면, 조세는 담세 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부과합니다. 

 

다만, 조세 중에서 목적세는 특정한 사업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한 경비라는 점에서 부담금과 성질이 같으나, 부담금과 같이 그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과 관련이 없는 일반 개인에 대하여 그 납세능력에 따라 부과되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일종의 조세이지만 부과되는 대상자가 특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조세중에도 담배소비세나 유류세 등 특정한 대상으로 징수하고 특정한 사업에 사용하는 중간지대의 재정수입들도 있습니다.

 

 

사회보험료・수수료 등과의 차이

 

사회보험료는 보험의 원리에 따라 국민건강보험법, 국민연금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의하여 피보험자와 사용자 등이 부담하는 보험료로서, 부담금이 특정의 공공사업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자에 한해서 부과되는 반면, 사회보험료는 피보험자에 대한 연대적 배분 및 차등적 조절을 감안해서 부과되는 점이 다릅니다.

 

또한 유사한 개념인 수수료는 부담금이 특정의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거나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한 이해관계자에게 부과하는데 반해, 수수료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에 대한 대가(요금), 사용료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공공시설을 이용하거나 재산사용에 대한 반대급부(대가)로서 부과되는 점이 다릅니다.

 

따라서 결론은 부담금은 특정한 대상, 즉 공공사업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대상, 특정한 공공서비스를 창출하고 바람직한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부과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상도 설치목적 및 성격에 따라 이용자・원인자 부담금, 수익자 부담금, 유도성 부담금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좋은 부담금과 나쁜 부담금

 

정부는 3월 27일 국가기업에 부담이 되거나 경제 사회여건 변화에 따라 타당성이 약화된 부담금도 존속하고 있다며 32개 부담금 2조원 규모의 폐지 감경에 대한 정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 발표 즉시 정부의 부담금 정비방안 분석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요지는 이번 대책은 감세정책의 일관된 흐름이며 기업의 재정 책임을 완화하고 특혜를 주는 정비방안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기후 위기를 거스르고 지자체에 재원을 축소시키는 역작용도 있습니다. 더욱 구체적인 보고서는 오늘 발행되는 레터에 함께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부담금에 대해 매년 운용보고서를 내고 존치평가를 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폐지의견이 제시된 적이 없는 부담금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폐지 방침을 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평가가 형식적이었는지 아니면 잘못 판단한 것인지 해명이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2023년 평가에서는 ‘특정물질 제조수입 부담금’의 경우 ‘전 세계 HFC 감축규제를 위한 “키갈리 개정의정서”가 ‘19.1.1일 발효되어 신규 정책수행 및 업계지원을 위한 추가재원 마련을 위해 부담금 부과 확대 검토 필요’라는 의견이 제출되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실질적인 감세정책인 부담금 정비방안을 재논의 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재원 보완 대책 마련도 요구합니다. 조세와 달리 부담금은 쓸 곳이 정해져 있어서 취약계층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사업을 중단하거나 재원 마련이 필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보전위기를 거스르는 부담금 정비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합니다. 특히 1조 2,984억 원으로 가장 많은 감면을 하고 있는 전력산업 기반기금은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등 에너지 전환사업의 중요한 재원입니다. 

 

규제도 강화시킬 규제가 있고, 완화 폐지해야 할 규제가 있습니다. 부담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부담금 완화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합니다. 정말 폐지해야 할것이 무엇인지 국민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기업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을 규제로 보는듯한 모습을 보면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는 모습이 일관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돈을 적게 걷는다는 것은 지출을 줄인다는 것이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역할과 사업을 줄이지 않는다면 빚을 낼 것입니다. 어느쪽 일까요. 우리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고스란히 피해는 국민들에 돌아옵니다. 금전적 사회적 부담이 늘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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