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우려되는 재정관리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1/21 [16:15]

[정창수 칼럼] 우려되는 재정관리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01/21 [16:15]

‘폴리코노미’란 신조어가 있습니다. 이른바 폴리틱스(politics)와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올해 지구촌에 각종 선거가 있고, 그 영향 하에 있는 사람만 40억 명이랍니다. 그리고 그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각종 선심성 정책을 쏟아내는 것을 우려하는 신조어입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우리나라도 총선을 앞두고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양도세 완화, 공매도 금지, 금투세 폐지 등 전례 없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미 2024년 예산안이 편성되고 결정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정책들이 등장했고, 새해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도 예외 없이 새로운 정책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재정이 수반됩니다.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는 법입니다. 어디에선가 돈을 마련하든가, 아니면 쓰던 돈을 줄여야 합니다.

 

며칠 전 기재부의 <월간재정동향 1월호>가 발간 됐습니다. 잠정수치이기 때문에 추정치입니다. 하지만 결산과 큰 차이가 없고, 아무래도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 시작하다 보니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첫째, 국세 수입이 전년 동기 대비 42.4조 원이 감소했습니다. 324조 원입니다. 11월 기준이므로 최종적으로 더 줄어들 것입니다. 그나마 원래 예상했던 59.1조 원보다는 덜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액수는 2022년 11월의 373조 원보다 턱없이 적습니다. 3년 전으로 재정 상황이 후퇴한 것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소득세가 줄고, 22년 영업이익 부진 및 23년 중간 예납 부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감세로 인한 이유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다만 감소분 49.4조 원 중 법인세가 23.4조 원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소득세가 13조 원으로 그다음을 차지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정보를 정확히 공개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나라살림 보고서(2023년 세제개편안 감세규모)를 참조하십시오

 

둘째, 총지출은 73.8조 원이 감소했습니다. 이 중 예산은 지방교부세 감소 등으로 26.2조 원이 감소하고, 기금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지급 등으로 37.2조 원이 감소했습니다. 세수감소로 지방에 주지 못하고, 소상공인 손실보전금은 코로나 관련 예산으로 자연감소분이라는 설명입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지출 자체를 줄인 것입니다. 23년 총지출예산은 본예산 기준 638조 원입니다. 이중 11월까지 548조 원입니다. 85% 진도입니다. 최근 세수부족으로 집행률을 낮추는 시도가 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집행이 안된 90조원 중 상당 부분이 지출이 안될 수 있습니다. 국세수입분에 맞추어 지출되어야 하니까요. 지자체에 덜 준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코로나 대응예산은 전년도 비교일뿐입니다. 23년도에는 대부분 편성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코로나 예산 대신 편성된 다른 예산들이 집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셋째, 76조 원 작년 한 해 늘어난 국가 채무입니다. 1,109조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11월 기준입니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방정부 채무는 빠져 있습니다. 작년 세수 감소로 지방정부에 대한 예산지원이 줄어 지방채를 발행한 지자체가 많습니다. 더 늘어날 것입니다.

 

수입이 줄어드니 지출을 줄이고 빚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기치로 내건 정부이다 보니 부채 증가는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돈들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면 지난해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빌린 돈이 누적기준 117조 원이라고 합니다. 이는 국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나마 4조 원은 못 갚고 해를 넘겼다고 합니다. 이자만 1,506억 원입니다. 1,196조 원의 국채이자까지 더하면 왠만한 세금보다 더할 것입니다. 보다 못한 금융통화위원회가 한도를 설정하자고 나섰습니다. 지금까지 한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벌과금 공과금 수입을 2024년도에 크게 늘려 잡았습니다. 갑자기 범죄나 벌금위반 행위가 늘어날 리 없으니 행정을 활용한 과도한 단속 등 쥐어짜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의 폴리코노미의 모습이 우려됩니다. 금투세를 폐지하고, 부담금을 줄이겠다고 합니다. 사안별로 줄일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는 곳간을 메우는 대책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빚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채무는 미래에 부담을 넘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래에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가치가 떨어져서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도 있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이자와 신용문제가 더 큽니다. 미래세대 부담이 아니라 현재세대 부담입니다. 감세는 결국 누군가는 부담해야 할 세금입니다.

 

또한 전체를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는 순간 꼭 있어야 하거나 오히려 늘려야 하는 것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아니면 정치적으로 힘이 약한 곳에 대한 것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한번 줄인 것은 늘리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세금은 당연히 그렇지만 지출도 마찬가지입니다. R&D(연구개발) 예산도 그렇습니다. 줄인 것을 다른 곳을 늘리는 데에 사용했을 것입니다. 결국 재정규모 자체를 늘리지 않는 한 제로섬 게임이 됩니다. 

 

조화로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재정운용이 아니라 정치적 이해만 고려한 단기적인 재정운용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예산은 우리 모두의 소중한 재원이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속에 획득하는 전리품이 아닙니다. 저의 지나친 우려이기를 바랍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