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다양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2/11/13 [15:07]

[정창수 칼럼] 다양한 정보와 정확한 판단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2/11/13 [15:07]

지난 4일. 국회에서 예결위 공청회가 있었다. 국회는 예산 및 결산을 하기 전 5명의 진술인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고 있다.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로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번에 진술인으로 참여했다. 벌써 여섯번째다. 의원 1인당 7분씩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이라 오랜 시간 토론하게 된다. 어떤 해에는 무려 6시간을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무슨 일인지 15명만이 질의를 하여 빨리(?) 끝날 수 있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여기서 느낀 점은 우선 팩트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론을 정해놓고 묻는 일이 많아 토론이 힘든 것이다. 그나마 저도 이제 관록이 붙어 적절히 잘 대응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팩트까지 다른 경우에는 정말 힘이 든다. 특히 마지막에 모의원이 일자리예산과 노인예산이 오히려 늘었다며 기재부에 물었고 기재부가 "그렇다"고 답변하는 상황은 반론을 펼 여지도 없이 끝나버렸다. 팩트 자체를 왜곡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반박 보고서가 나갈 것이다.

 

또 하나, 팩트는 기준에 따라 다르다는 점이다. 따라서 다양한 팩트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과 그에 따른 팩트를 가지고 주장을 하면 토론이 어렵다. 예를 들어 증액이 83조원이고 감액이 51조원일때 분명히 감액 기준으로 어떤 사업이 줄었다고 해도, 늘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이러한 것은 토론이 필요한데 7분이라는 시간 때문에 그냥 지나가 버렸다. 

 

셋째는 그나마 자료조차 공개되지 않는 문제다. 정부는 지출재구조화를 통해 21조를 구조조정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기대에 미치지는 않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좋은 평가를 할수 있다. 문제는 이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평가를 제대로 할수 없다. 그리고서 지적이 맞지 않다고만 주장한다. 과정을 포함한 답을 알려주지 않고 채점하겠다는 꼴이다.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란다. 

 

예산은 정치적인 가치에 의한 우선순위의 재배분이다. 따라서 복지를 일부 줄이더라도 지금은 기업지원을 하겠다면 그것도 판단의 기준이다.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과정을 보완한다.

 

그런데 팩트를 확인할 수 없는데, 평가할 수도 없게 된다. 공개하지 않는 정보는 관료만이 가지고 있다. 우리는 관료들이 유능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일반인들은 학력과 시험에 대한 우월함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대부분의 정치인들보다 관료들이 더 나은 판단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관료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기술자들이다. 올바른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특히 문제의식이 없는 관료들은 문제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따라서 상황을 모면하는 기술이 더 발달하게 된다. 특히 사회적인 문제라는 시험은 모두에게 제출된 시험문제다. 왜냐하면 그 결과도 고스란히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와 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집단지성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이 투명성이고 민주주의의 장점이다. 정해진 문제와 개인적인 시험 문제풀이에 익숙한 관료사회의 장점이 있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분업화에 따른 전문성이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사회가 성숙해지고 발전했다. 

 

막스 베버는 관료사회는 힘이 소수의 권력자에게 집중되면서 구성원은 움직이는 기계의 톱니바퀴로 전락하고 결국 인간성을 철창에 가둔다고 했다. 그래서 관료제도가 민주주의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우려했다. 관료사회의 한계를 아는 막스베버는 관료제의 최고지위는 유능한 전문 정치인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선출되지 않는 권력의 무책임성을 지적한다.

 

최근 나라살림연구소는 서울시와도 재정정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연구소가 4차례, 서울시가 3차례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고 있다. 그나마 자기말만 하고 묵묵부답인 중앙정부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힘들고 어렵지만 재정혁신이라는 연구소의 사명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팩트를 체크하고 해법을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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