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만의 폭우라는 전대미문의 수해가 발생했다. 시스템으로 방어되는 측면도 있었지만 선진국을 표방하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던 민낯도 드러났다. 밀집된 중심가인 강남은 또 잠기고, 반지하방에서 거주하던 사람들에게도 날벼락이 떨어졌다.
행정에서는 100년만의 재해를 막기 위해 과잉시설을 건설해야 하느냐 아니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지속가능한 재정을 투입하느냐는 두 가지 의견이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고 근거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 고민을 해야 한다.
우선, 정치적인 쟁점으로만 발전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행정은 정치에서 보는 것처럼 급격한 변화와는 거리가 멀다. 굳어있는 행정 중심의 국가운영에서는 신규예산이 1%에 불과하고 예산증액권이 없는 국회는 관료 앞에 약자가 되어 수정률도 1% 가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혁신을 방해하는 부정적 측면은 있지만 항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어느 정권 어느 정치인 때 문제가 더 심해질 뿐 모든 원인이 거기에 있지 않다.
둘째, 예산만을 바라보면 문제를 단순하게 만든다. 예산은 도구이며 그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물론 예산 자체를 줄이는 것은 가능성을 줄이는 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요인 중의 하나일 뿐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셋째, 해법은 단순한 방법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문제 인식은 단순해서는 안된다. “나만 알아”, “이것 하나면 해결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사기꾼이라 부른다. 전문가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 철저한 기록과 통계에 기반한 문제점 분석과 해법찾기가 중요하다. 지금 논의되는 '대심도 터널' 같은 것도 그래서 논란이 있다.
문제는 경제적 논리가 지배하는 곳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수관거 사업 등이 침수지역이 아닌 일부 정치적 힘이 있는 지역에 먼저 진행된다는 문제도 있다. 반지하주거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도시계획에 건축업자들의 이해관계를 막았다면, 보다 많은 이윤을 위해 밀집도시 현상을 지양했다면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가슴에는 뜨거운 분노를 유지하되, 차가운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해야 한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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