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예비타당성조사제도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2/07/27 [00:02]

위기의 예비타당성조사제도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2/07/27 [00:02]

기재부의 주관으로 매월 중순 발간되는 월간 재정동향 7월호(2022년)가 발간됐다. 이번호에서눈에 띄는 것은 예비타당성조사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거나,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 원 이상인 건설공사가 포함된 사업이 대상이다. 이외에도 중기재정지출 500억 원 이상인 사회복지, 보건, 교육 등의 사업도 포함된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9년. 당시는 IMF 외환위기로 인해 재정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각 부처는 토건사업 등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었다. 원래 모든 사업은 타당성을 검토한다. 그런데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면 95%가 넘었다. 사업부서가 자체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독립적인 기관에서 타당성을 미리 점검하는 예비타당성제도가 도입됐다. 그 결과 문제가 많은 사업들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통해 사업을 중단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환영하게 됐다. 2001년만 하더라도 41건 중 34%인 14건만 통과되기도 했다.

 

정책 결정에 참고하기 위한 제도가 사실상 심판관 노릇을 한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무분별한 재정 지출, 특히 토건을 막는데 기여했다. 필자는 이 제도가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를 막는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평가한다. 이후에도 많은 비판을 받아들여 경제성 분석(B/C)만이 아니라 계층화 분석법(AHP)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우리 사회 정책분석역량을 높여온 의미있는 제도이다. AHP같은 경우는 0.5만 되어도 적정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경제성 때문에 사업이 안된다는 주장은 조금 무리가 있다.

 

최근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첫째, 통과율이 너무 높아졌다.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예비타당성조사를 50건을 수행했다. 그런데 통과율이 80%인 40건이다. 미통과 사업은 20%인 10건. 이중 철회사업은 5건이고 나머지는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면제사업도 급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확대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이 급증하여 2020년과 2021년 두 해 동안 61건에 이른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한 50건보다 많다. 따라서 이를 합한다면 110건중 100건이 통과된 셈이다. 91%가 통과된 제도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셋째, 타당성 재조사사업도 줄고 있다. 타당성 재조사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이 아니지만 사업 진행 중인 추후에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2017년 10건이 2021년 6건으로 줄었다. 대부분의 사업이 이미 많이 진행되어 재조사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다. 이번에도 타당성 재조사는 10건 중 6건인 60%이다. 

 

참고로 통과된 사업에는 영아수당지원사업처럼 분석지표를 기준으로 하지 않은 사업이 4건있고, BC분석이 1.0이 안되는 사업이 18건이 있다. 결국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분석된 것은 22건이다.

 

경제성있는 사업만 진행하자는 것이 아니다. 분석이 있고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답노트를 만들어 문제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분석은 합격과 불합격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책을 고도화하고 최악을 막는 장치이다. 예비타당성제도의 위기이다. 나라살림이 걱정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