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실수도 반복되면 고의, 초과세수 논쟁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1/11/23 [12:44]

[정창수 칼럼] 실수도 반복되면 고의, 초과세수 논쟁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1/11/23 [12:44]

예산편성의 시작은 세입추계부터다. 들어올 돈을 정해야 나갈 돈을 정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국가의 예산시스템을 양출제입이라고 한다. 나갈 돈을 정해놓고 그에 따라 수입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세법률주의와 경제성장률 예측 등 중앙정부의 권한과 능력 때문이다. 지방은 분권이 진전이 되지않아 결정권이 없고 아직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반면 중앙정부의 권한은 절대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 나라살림연구소 정창수 소장 

 

이에 반해 지방자치단체는 양입제출이다. 수입을 미리 계산한 다음 여기에 지출계획을 맞추는 방식. 따라서 수입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면 많은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세입을 과대추계하면 적자가 발생하고 과소추계하면 잉여금이 발생하게 된다.

 

최근 지적되고 있는 막대한 잉여금 발생은 세입을 과소추계했기 때문이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인한 취득세와 재산세 등 지방의 자체세입을 매우 보수적으로 과소추계한 이유도 있다. 하지만 오류의 시작은 중앙정부의 과소추계. 특히 코로나로 인한 경제의 부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중앙정부의 과소추계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 오류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11월 <월간 재정동향>이 발표됐다. 매달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세입과 세출추계를 발표한다. 9월까지의 통계를 기준으로 발표한 올해 초과세수가 당초 예상은 물론 한차례 더 계산했던 2차 추경 예측치 31.5조원을 넘어서 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적세수입은 274.5조원으로 전년대비 59.8조원이 많아 역대 최고다. 물론 세수추계 오차이다. 따라서 엉터리 세수추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에서는 고의라면 국정조사라도 할 사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초과세수는 모든 세목에서 고르게 발생했다. 기업실적이 개선되면서 법인세가 15조원, 자산시장 호조와 취업자 증가로 양도∙ 근로소득세가 21조원, 소비가 증가하면서 부가가치세 8.8조원이 각각 늘었다. 기재부도 경기회복때문에 국세가 늘었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초과세수 상황은 멈추지 않는다. 아직 10-12월의 석달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하반기에는 많이 둔화되고 일부 세금을 유예하는 등 2차 추경 대비 19조원의 초과세수를 예측한다. ‘양치기 소년’ 효과 때문에 이를 그대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역대 최고이며 일부에서는 30조원까지도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세수전망은 매우 어렵다. 세계유수의 기관들의 성장률전망도 틀리곤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기재부를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크다. 게다가 올해 추세가 명확한 3분기까지도 계속 보수적으로 추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 결과는 명확하다.

 

올해 예산심의가 무력화된다는 것이다. 세입을 적게 잡는데 세출을 주장하기 어렵다. 경제상황 개선으로 이익을 본 사람들이 있다면 코로나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이들에 대한 보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이라는 수단을 목표로 보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중요한 과제도 부차적인 일로 치부되고 있다. 

 

일단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면 기재부의 말대로 소상공인과 소외된 업종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확대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년도 추계를 수정하여 현실로 반영해야 한다. 2022년도 세수예측을 초과세수를 고려하지 않고 성장률을 예측했다면, 초과세수가 대규모로 발생한 현 상황을 고려하여 예측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 같은 초과세수 논쟁은 내년에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실수도 반복되면 고의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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