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주식시장 활성화의 빛과 그림자- 공평과세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6/05/06 [20:52]

[정창수 칼럼] 주식시장 활성화의 빛과 그림자- 공평과세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 없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6/05/06 [20:52]

주식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개인투자자 저변이 넓어지고, 코스피는 새로운 고점을 향해 가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고배당 기업 육성,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까지 —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의지도 선명하다. 이 흐름에 냉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묻고 싶다. 성장의 과실은 누가 가져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조세제도는 이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가.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배당소득의 민낯: 1,258만 명의 연 4만 2천 원

 

나라살림연구소 김진욱 연구원의 「배당소득 천분위 자료 분석」(2026.4.14)은 이 질문에 불편한 답을 내놓았다.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배당소득 하위 70%, 약 1,258만 명의 1인당 연간 배당소득은 고작 4만 2천 원이다. 반면 상위 0.1%, 약 1만 7천 명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7억 9,500만 원에 달했고, 이들이 가져간 배당소득은 전체의 46%에 이른다. 이 숫자들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2014년에도 상위 0.1%의 배당소득 비중은 47.5%였다. 10년 동안 주식시장이 2.4배 성장하는 동안 배당소득 불평등 구조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더 오래된 데이터도 같은 그림을 그린다. 2019년 기준 금융소득 상위 1%가 전체 배당소득의 70%를 독식했다. 오히려 금융소득이 높을수록 실효세율은 낮아지는 역진적 구조가 드러난 바 있다. 자본시장이 성장할수록 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 그것이 현재 우리 금융소득 과세체계의 민낯이다.

 

 

금투세 폐지, 그리고 분리과세 도입: 정부 논리의 허와 실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을 자본시장 활성화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수단으로 제시해 왔다.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이 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이며, 세 부담을 낮춰야 배당이 늘고 투자자가 유입된다는 논리다. 이 주장을 전부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이 논리의 핵심 전제에 이의를 제기한다. 우선, 금투세 과세 대상은 연간 금융투자소득 5천만 원 이상인 상위 0.9%에 불과하다. 즉, 금투세 폐지의 실질적 수혜자는 대다수 개미투자자가 아니라 소수의 고액 투자자다. 또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하고 있다는 사실은, “과세가 시장 침체를 부른다”는 주장이 국제적 근거를 갖지 못함을 방증한다.

 

2025년 국회를 통과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고배당 상장기업 배당소득에 대해 2,000만 원 이하 14%, 2,000만~3억 원 20%, 3억~50억 원 25%, 50억 원 초과 30%의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이 제도는 기존 최고 45%와 비교하면 사실상 고액 배당소득자를 위한 대폭 감세다. 참여연대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상위 0.1%를 위한 부자 감세이며, 이로 인한 배당 증대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명백히 비판한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인정한다. 배당소득과 자본이득 간 과세 중립성이 결여되어 있고, 각종 조세우대 제도가 혼재하면서 과세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다만 그 방향이 ‘감세와 특혜’가 아니라 ‘합리화와 형평성 제고’여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조세체계

 

시장이 성숙해지면 제도도 함께 성숙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 흐름을 보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은 계속 확대되는 반면 공평과세를 위한 제도 개선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된 금투세는 두 차례 유예 끝에 2025년 결국 폐지됐고, 그 자리에 분리과세라는 새로운 감세 제도가 들어섰다. 이런 식의 ‘활성화’ 논리가 반복된다면 조세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진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은, 자본소득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하위 70% 투자자가 연 4만 2천 원을 받는 구조에서 고액 배당소득자만 실질 세율이 낮아지는 제도는 ‘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불평등의 제도화다. 진정한 자본시장 활성화는 더 많은 국민이 그 성장의 혜택을 공정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세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복지·교육·인프라 투자는 유지될 수 없다. 공평과세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은 없다. 자본시장이 커질수록, 자본소득에 대한 정상적인 과세체계로의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지금이 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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