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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투자사들과의 협의가 이어진다. 이들은 대부분 금융 투자자(Financial Investor, FI)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필자가 수행하는 사업은 주로 파리협정 제6.2조(Paris Agreement Article 6.2) 기반이다. 구조는 단순하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과거 개발도상국 및 최빈국으로 분류되던 국가군)에서 감축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결과(Mitigation Outcome, MO)를 만들어내고, 이를 구매국(Offtaker, 감축 실적을 구매하는 국가 또는 기관)에 이전하여 판매한다. 수익은 결국 판매가격과 사업 원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이 구조를 기반으로 내부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 IRR)과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 NPV)를 설계하고, 투자자와 협상하여 자금을 유치한다.
문제는 이 단순한 구조가 현실에서는 결코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투자사들과의 협업은 여전히 쉽지 않다. 특히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에서 초기 단계부터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면 대부분 한발 물러선다. 국가 리스크, 제도 불확실성, 장기 회수 구조, 그리고 수많은 변수들이 이유로 언급된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탄소감축 사업에 대한 경험의 부재다. 국내 투자사들은 이미 등록되어 운영 중인 사업에 추가 투자하는 방식, 즉 안정성이 확보된 자산에 올라타는 구조를 선호한다. 개발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운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투자에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과거처럼 적은 투자로 수백만 톤 단위의 크레딧을 만들어내는 사업들은 이미 선점되었다. 시장은 더 이상 대규모 단일 프로젝트가 아니라, 리스크가 분산된 다수의 중소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감축사업은 단순한 탄소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부분 지역사회 기반인프라 사업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접근성, 농업 생산성, 폐기물 관리, 생태 복원 등과 연결되며, 탄소는 결과물일 뿐 사업의 본질은 지역 개발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는 파리협정 체제에서 강조하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UN SDGs)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최근 국제개발 분야의 비영리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이미 현장에서의 실행력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탄소를 결합하면 새로운 형태의 금융 구조가 만들어진다.
같은 카본파이낸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접근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다. 하나는 감축량 확보와 크레딧 판매를 중심으로 한 수익형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문제 해결과 감축 활동을 결합하여 다양한 재원을 끌어오는 개발형 구조다.
이 차이는 투자자의 구성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전통적인 금융 투자자뿐 아니라 임팩트 투자 펀드(Impact Investment Fund),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및 기부금까지 함께 결합되는 구조가 필요해진다. 단일 자본으로는 더 이상 사업이 성립하기 어렵고, 여러 성격의 자금을 설계하고 결합하는 능력이 핵심이 된다. 이른바 혼합금융(Blended Finance) 구조가 전제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출발하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이 흐름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흔히 개발자의 역량 부족을 문제로 지적하지만, 실제로는 구조적인 한계가 더 크다. 투자사들은 여전히 제한적인 리스크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고, 정부는 부처 간 협업이 부족하며, 평가와 심사 체계는 이러한 융합형 사업을 반영하지 못한다. 국제감축사업은 에너지, 환경, 외교, 개발협력, 금융이 동시에 얽힌 영역임에도 이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체계가 부재하다. 결국 개별 주체는 존재하지만, 이를 연결하는 시스템이 없다.
이제는 방향을 정해야 할 시점이다. 탄소를 단순한 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금융 수단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글로벌 사우스에서의 감축사업은 후자의 성격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만약 여전히 전자의 방식으로만 접근한다면 한국은 이 시장에서 계속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개발과 금융, 탄소를 하나의 구조로 묶어낼 수 있다면 지금의 분산된 시장은 오히려 가장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탄소감축 전문기업 서튼지티에스(CERTAIN GTS)와 케이씨시티에스(KCCTS)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맹그로브 수목 사업, 인도 웨스트벵갈의 바이오차 사업, 아프리카 가나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추진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 보호와 적응·완화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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