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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미국 간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계는 다시 한번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왜 우리는 여전히 특정 지역에 집중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가.
중동의 위험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구조적 리스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에 투입된 막대한 초기 투자와 구축된 인프라, 그리고 그 위에 얽혀 있는 공급망 구조 때문이다. 한 번 형성된 시스템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변화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빠르게 대응했다. 러시아 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저장 인프라 투자를 동시에 추진했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흥미로운 선택을 했다. 자신들은 여전히 석유를 수출하면서도, 정작 내부 에너지 시스템에서는 화석연료 의존을 줄여나갔다. 현실과 전략을 분리한 것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태양광과 풍력에서는 세계를 선도하지만, 여전히 막대한 비중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이는 모순이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한국은 구조적으로 가장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자원은 부족하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높으며, 산업은 전력 집약적이다. 선택지는 명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원자력은 현실적인 대안이지만 신규 건설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소형모듈원자로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아직 상용화까지는 거리가 있고, 정책적 방향성도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는 확대되고 있으나 간헐성과 저장 문제, 그리고 계통 수용 능력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설치 속도보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더 큰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이 다시 석탄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은 이해 못 할 바가 아니다. 석탄은 지정학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호주, 몽골, CIS, 남미, 아프리카 등 다양한 공급원이 존재하며, 비상 상황에서도 조달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국내에도 일정 수준 존재한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떠오르는 이유다. 그러나 이것은 해법이 아니라 대응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견디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진짜 질문은 어떤 에너지를 선택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구조를 만들 것인가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도권 공장 전력 문제는 이 점을 잘 보여준다. 논쟁은 전기를 어디서 끌어올 것인가, 아니면 공장을 지방으로 분산할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그 전기가 어디서 생산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공급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수요의 위치만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그렇다고 계획 없이 버틸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성장의 기적을 경험한 나라다. 변화와 적응에 강하고, 속도에서는 누구보다 앞서 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정치는 단기적인 바람을 읽지만, 장기적인 조타에는 소극적이다. 그 사이에서 시간은 흐르고, 경쟁력은 조금씩 약화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현실적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이유다. 에너지 안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와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이미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실행할 방향과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이제는 얼마나 빠르게 가느냐가 아니라, 어디로 가느냐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칼럼 「결국 우리가」를 기고하는 김항석 대표는 탄소감축 전문기업 서튼지티에스(CERTAIN GTS)와 케이씨시티에스(KCCTS)를 설립·운영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메콩델타 지역의 맹그로브 수목 사업, 인도 웨스트벵갈의 바이오차 사업, 아프리카 가나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추진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 보호와 적응·완화 분야에서 다양한 국제 프로젝트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사회적경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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