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결산,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6/03/13 [14:36]

[정창수 칼럼] 결산, 숫자가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6/03/13 [14:36]

수치는 분명 개선됐다. 

2025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총세입은 597.9조 원, 총세출은 591.0조 원이다. 결산상 잉여금은 6.9조 원이며, 이월액 3.7조 원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3.2조 원이다. 세출 집행률은 97.7%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불용액은 10.0조 원으로 전년 20.1조 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국세 수입도 회복 흐름을 보였다. 국세 수입은 373.9조 원으로 추경예산 대비 1.8조 원을 초과 달성했다. 2023년 56.4조 원, 2024년 30조 원대 세수 결손을 경험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분명 의미 있는 반등이다.

 

2026년 1월 국세 수입 역시 52.9조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2조 원 증가했다. 진도율도 최근 5년 평균을 웃돌고 있다. 정부가 이를 ‘재정 정상화의 신호’라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나라살림은 숫자만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그 배경과 구조를 함께 보아야 한다.

 

우선 불용액 감소가 구조적 개선인지 따져봐야 한다. 2023년 56조 원, 2024년 20조 원의 불용은 대규모 세수 결손에 따른 지출 억제의 결과였다. 그렇다면 2025년의 불용 감소는 진정한 집행 효율화의 성과일까? 아니면 단순한 기저효과일까?

 

집행률 97.7%는 관리 지표일 뿐, 정책의 질을 보장하는 성과 지표는 아니다. 중요한 질문은 집행된 예산이 사회적 우선순위에 맞게 배분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2025년 세수 증가도 구조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는 22조 원 이상, 근로소득세는 7조 원 이상 증가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제조업 실적 개선, 임금 상승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최근 주가 상승과 제조업 수익성 개선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자본시장의 활력은 투자심리를 개선하고, 제조업의 회복은 세수 기반을 강화한다. 이는 우리 경제가 다시 산업 중심의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부가가치세는 환급 증가 영향으로 감소했고, 증권거래세는 세율 인하 영향으로 줄었다. 세수 기반이 여전히 경기와 자산시장 흐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국세 수입을 396.1조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가 모두 증가한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전제 조건을 보면 실질 GDP 성장률은 1.9% 수준이며, 통관수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가정되어 있다. 강한 성장세라기보다 완만한 회복과 세법 개정 효과에 기대는 구조다. 이 전제가 흔들리면 세입 기반 역시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지출구조조정’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지출구조조정은 단순한 재원 마련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곧 재정구조 혁신 전략이며, 더 나아가 국가 경제의 방향을 재설계하는 정책 도구이다. 중복·관행·성과 없는 사업을 정리하고, 확보된 재원을 미래 산업과 인적 자본에 재투자하는 것이 본래의 취지여야 한다.

 

AI·반도체·첨단제조·에너지 전환 등 전략산업 투자 확대는 필요하다. 주가 상승과 제조업 부활의 흐름을 일시적 반등으로 끝내지 않으려면 재정의 방향성이 분명해야 한다. 동시에 기초생활 보장 강화, 지방재정 자립도 개선, 인구위기 대응 투자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쪽을 키우기 위해 다른 쪽을 희생하는 구조라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부담의 전가에 불과한다.

 

3.2조 원 세계잉여금의 처리 역시 시험대이다. 어디에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기준과 절차로 결정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재정 민주주의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의 투명성에서 완성된다.

 

재정의 건강은 단년도 수치로 판단할 수 없다. GDP 기여도 0.5%p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취약한 구성원이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남기지 않는지이다.

 

2025년 결산은 분명 숨을 고른 해다. 그러나 구조개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 한 번 숫자의 착시에 머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축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용기이다. 

숫자를 넘어 방향을 설계하는 재정, 그것이 진정한 국가 경제 혁신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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