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보조교사’가 아니라 ‘보육교사’ 확충이 답이다

정치하는엄마들 | 입력 : 2021/01/14 [21:21]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놀다 친구와 부딪힌 사고로 우리집의 6살 슈퍼히어로가 하늘나라로 출동했습니다. 어린이집 원아 대 담임보육교사 인원비율 및 야외놀이 시 인원비율에 대한 법령 개정을 바랍니다>에 대한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의 답변이 있었다.
 
청원인은 어린이집에 머물다 일어난 사고로 아이를 잃은 유족이었다. 사고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으로 한 교사가 과중하게 돌봐야하는 아동의 수를 법령개정을 통해 낮춰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같은 마음으로 청원에 임한 20만 6063명의 국민들은 청원인과 더불어 오랫동안 보육 현장에서 문제라고 지적해 온 높은 교사 대 아동비율 개정에 대한 긍정적인 정부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런데 양성일 보건복지부 차관의 대답은 동문서답이었다. 청원을 제대로 읽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보조교사 지원 확충, 보육교직원 안전의식 제고와 더불어 어린이집 보육교사 대 아동비율의 적정 수준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습니다.”(청와대 답변 중)
 
‘보조교사’를 추가 지원한다니? ‘보조교사’가 아니라 ‘보육교사’를 늘려야 하는데 잘못 말한 건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 그게 아니라면 보건복지부가 이 현안의 당사자들인 양육자들과 보육교사들을 단 한 번 만나지 않고 내놓았음이 여실히 드러났을 뿐이다. 보건복지부의 답변에는 돌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도 고민도 없다.
 
돌봄은 분절적으로 수행되기 어려운 일이며, 돌보는 이가 온전할 때 가능한 일이다. 영유아들을 씻기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재우고 놀이하기까지 건강과 발달을 모두 고려해야하는 보육, 그야말로 ‘전인적’ 인간으로 길러내는 필수노동으로서의 돌봄노동의 강도와 가치가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청원의 요지는 교사 한 사람이 돌보는 아동의 수를 20명에서 10명으로 줄여달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20분의 1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 10분의 1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의 차이를 말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보살피는 문제다.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현장에 답이 있다. 그동안 보육현장에선 지금 이 보육환경이 아동학대를 방임·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근본해결책으로 한 교사가 감당해야 하는 아동의 비율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육아정책연구소, 여성가족재단의 수많은 연구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안타깝게 하늘로 떠난 아동의 사망 원인엔 부족한 놀이공간도 한 몫 하고 있다. 감염병 위기를 지나며 놀이중심의 누리과정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아동 한 명당 쥐어지는 취약한 적정 공간의 문제점도 더욱 깊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저출생 위기와 원아 수 감소에 대한 전망은 계속 나오는데 왜 한 명의 교사가 감당해야 할 아이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 것인가? 왜 양육자들과 아이들은 변하지 않는 돌봄 환경에서 존재의 위협을 견뎌야 하는 것인가?
 
청원인과 함께한 국민들이 정부의 답변을 듣고자 한 것은 이 문제가 개인이 아닌 국가가 나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위험한 돌봄환경을 방치하여 한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한 국가로서 ‘사죄’ 한 마디 없는 답변은 원인들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아동인권을 보장하는 ‘포용국가’를 내세우는 정부라면, 한 생명이 떠나며 드러낸 보육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당장 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모든 이들이 처한 어렵고 고단한 현실을 파악하여 정책에 반영하는데 게을러선 안 된다.
 
대한민국이 왜 사람이 태어나지 않고 태어나도 온전히 살아가기 어려운 저출생국이 되었는지 정부는 정녕 모르고 있는가? 그렇다면 동문서답하며 아는 척 좀 그만하고 제발 ‘당사자’들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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