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물가를 올리는 예산, 내리는 예산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4/07/14 [17:32]

[정창수 칼럼] 물가를 올리는 예산, 내리는 예산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4/07/14 [17:32]

한국은행과 농림부의 물가 논쟁 

 

얼마 전 한국은행과 농림축산식품부 간의 흥미로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논쟁의 주제는 물가였습니다. 수입과 수출 중에 어떤 것이 국내 식료품 물가에 영향을 끼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의견 차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논쟁은 한국은행의 두 가지 보고서 때문에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보고서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이었습니다. 6월 18일 이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창용 총재는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은 통화 정책으로 대응할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국내물가가 높은 것은 국내 공급 측면에서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인플레이션 둔화가 있더라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거의 동시에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이라는 이슈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식료품의 물가수준이 OECD국가 중 1위에 해당될 정도로 매우 높다고 밝혔습니다. 340개 품목 중 대부분이 그렇답니다. 이에 송미령 농림부 장관이 두번째 보고서에 대해 즉각 반박했습니다. 연구에 사용한 지수의 신뢰성문제, 노동생산성 지표의 문제, 개방도 지표로서의 수입 비중 사용의 적절성 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후에도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립니다. 특히 개방도 지표는 이론적인 논쟁이 있는 지표입니다. 비교우위와 비교열위에 있는 사업들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가능한 한 농산물 수입시장 개방을 제한하고 농업을 보호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부 내 논쟁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정책 충돌이나 혼선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이견 표출을 꺼리는 게 보통입니다. 특히 요즘 한국은행이 다양한 입장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고 논쟁을 이끌어 내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비록 한국은행이 오지라퍼라는 비아냥을 받기는 하지만 정책 논쟁이라는 긍정적인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물가를 올리는 예산-농업은 통계부터 바로 잡아야

 

우리나라 농업생산성은 OECD하위권인 27위입니다. 농림부장관은 농업분야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반박합니다. 통계방식에도 이의를 제기합니다. 개방이 어려운 이유도 검역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논쟁말고 다른 부분에 주목합니다. 첫째는 통계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민은 몇명일까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입니다. 최근 정부는 농업가구가 100만 이하로 내려갔다는 통계가 발표되었습니다. 

 

농업전문가 남재작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농업경영체 등 농업을 하고 있다고 신고된 생산단위는 200만에 가깝다고 합니다. 농업계에서도 통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레저농민 이라고 하는 소규모 텃밭을 가지고서도 농민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통계가 부실하면 정책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둘째, 농업예산의 비효율성이 문제입니다. 2024년 농업예산은 22.2조원입니다. 여기에 기금은 12.8조원입니다. 물론 중복이 있고 여유자금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지만 해마다 20조가 넘게 집행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세금 감면이 있습니다. 2024년 조세지출보고서를 보면 면세농산물 등에 3.6조원, 농업축산임업어업용 기자재에 대한 부가세 영세율로 2.6조원, 자경농지 양도소득세 1.3조원 등 대규모 지원정책만도 최소 7.5조 원입니다. 

 

농업에 대한 지원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진짜 농민에게 도움되는 정책을 펴려면 농업을 한다고 분류된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농업을 하고 식량안보를 지키는 농민들에게 지원되어야합니다. 산업적 의미의 농민을 지원하고, 소규모 농민은 복지정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농업개방도가 매우 낮아서 물가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보조금과 수입장벽이 농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물가를 내리는 예산-공공요금

 

그런데 물가가 다른나라보다 싼 것들이 있습니다. 전기, 가스, 상하수도, 대중교통 등입니다. 전기,가스, 수도는 60% 정도 싸고, 대중교통은 80% 정도 저렴합니다. 보조금을 주거나 적자를 감수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특히 교통은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준공영제와 비효율적 운영은 계속 점검해야 할 사항입니다.

 

문제는 에너지입니다. 전기가스는 물론이고 상하수도도 사실은 에너지 및 전기 문제입니다. 너무나도 싼 에너지 때문에 에너지 고사용산업으로 운영되고 있고, 에너지 수입 비용은 증가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습니다. 에너지의 적정한 사용을 위해,  수요관리 차원에서 에너지 요금은 인상해야 합니다. 

 

물론 저소득층 문제는 있습니다. 저소득층에는 보조금을 지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보조금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농민과 화물차 등 차량면세유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수조원에 달하는 조세지출 즉 세금 감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레저농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는 누수라고 볼수 있습니다. 화물차 등에 지원하는 유가보전금은 일차적으로는 차주들에게 도움될수 있지만 결국은 비용을 감소시켜 화주들에게 지원되는 일종의 조세귀착의 문제가 있습니다. 

 

낮은 공공요금은 당장은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재정지출입니다. 차라리 요금을 현실화하고 그곳에 투입되던 재정을 복지보조금이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논쟁이 필요합니다. 알고 있다면 카르텔을 용인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경제성과 공공성의 균형점을 논의해야합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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