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감사의 목적이 무엇인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3/08/26 [15:29]

[정창수 칼럼] 감사의 목적이 무엇인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 입력 : 2023/08/26 [15:29]

오래전 감사원 고위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감사원장으로 교수 출신이 오면 그래도 정책을 감사하는 경향이 있지만, 법조인 오면 위법성을 중심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개개인의 특성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이 말이 어느 정도 근거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하면 징계와 고발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감사원은 헌법(제97조)과 감사원법(제20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을 검사하고, 국가기관과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를 상시 검사·감독하여 그 집행에 적정을 기하며 행정기관의 사무와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하여 행정운영의 개선·향상을 도모하는 기관입니다. 예방은 없고 복구만 있는 행정, 특히 감사원은 예방보다 징계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범죄자를 가두는 교도소가 있습니다. 감옥에 가두어만 둔다고 범죄가 줄지 않기 때문에 형정국이라는 이름을 교화하여 사회에 복구시킨다는 의미의 교정본부로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물론 얼마나 교정을 하는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지향하는 바는 맞다고 봅니다.

 

감사원은 1963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전에는 결산검사 등 회계를 맡은 심계원과 직무감찰을 맡은 감찰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이 둘을 합쳐 감사원이 만들어졌습니다. 주요 국가 중 감사원이 이렇게 강한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감사원은 국회에 있거나 독립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감사가 정책적인 측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진행됩니다. 내용의 다양성과 견제가 이루어지는 셈입니다.

 

우리도 헌법이 개정되면 감사원 구조의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몇 년 전 국회에서 헌법 개정 논의가 있을 때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의 논의가 있었습니다. 저도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 바쁘다는 감사원에서 백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방청을 하고 입장을 개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국회이관방어논리도 있었지만 지방에 감사원 분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더군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관료 조직의 능력과 본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감사원이 새만금 잼버리를 감사한다고 합니다. 위법한 행위는 당연히 처벌 받아야 겠지요. 하지만 모든 일은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같이 보지 않으면 몇 명의 희생양만 만들고 문제 해결은 덮일 것입니다.

 

지금 제 서재에는 2007년에 발간된 <시스템 감사 백서>가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성과 감사를 표방하는 내용입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감사원은 이후에도 공공기관이나 지방행정 심지어 대학, R&D감사 백서까지 발간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3년까지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감사연구원에도 보고서가 몇 개 없습니다.

 

바쁘겠지요. 하지만 ‘급한 일을 하다 보면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급한 일은 이슈가 되는 일입니다. 당연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시스템을 바꾸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감사의 목적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감사원의 예전 이름 중에 사정위원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승만 정권시절입니다. 형무행정이 교정행정으로 바뀌었듯이 감사도 처벌보다는 예방과 혁신으로 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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